필자는 올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를 참관하지 못했다. 그러나 동 교단 소속 목사로서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작년 총회를 포함해 여러 해 지켜봐 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총회 관련 기사들을 살펴보며 나름대로 평가해 보았다. 아래 내용은 교단 총회 공대위에서 올해 합동 총회에 대해 소감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1. 총대들이 변하고 있다

절망스러웠던 작년 97회 총회에서도 이미 분명히 보았다. 용역이 투입돼 총대들을 막고, 총무가 가스총을 들고 설치며, 정준모 총회장이 총회를 파행으로 이끌었지만, 총대들은 귀가하길 거부하면서 다수 총대들의 결의로 결국 비대위를 결성했다. 처음부터 온갖 방해와 협박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비대위는 1년 동안 나름 최선을 다했고, 당시 총대들을 넘어 전국 많은 노회들의 지지와 협력 속에 총회 개혁의 불씨들을 살려 왔다.

올해 98회 총회를 앞두고 총회 기득권 세력의 온갖 개혁 뒤집기 시도들이 성공하는 듯했지만, 막상 총회 석상에서 총대들은 이들의 행태를 앉아서 보고만 있지 않았다. 그 결과 적지 않은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세습방지법 헌의안 채택 : 작년 기감 총회로부터 시작돼 올해 예장통합 등 적잖은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세습방지법이 합동 총회에서도 강남, 서대구 2개 노회 헌의로 총회 막바지에 전격 통과되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아직 구체적 법 제정 등 후속 조처들이 뒤따라야겠지만 총회장들을 비롯해 적지 않은 같은 교단 주요 교회들이 세습을 실시해 온 전례에 비춰 볼 때도 이는 큰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납골당 사태 매듭 : 지난 12년 동안 무책임한 인사들에 의해 무책임하게 끌어왔던 은급재단 납골당 사태는 총회가 매각 잔금을 받고 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주요 책임자들의 사법 처리와 손실액 배상을 결의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지난 세월 동안 어처구니없는 진행 과정이 다 드러났고 교단 총회에서도 해마다 다루어졌음에도 무책임하게 끌어오며 손실액만 커져 오던 것을 전권위원회의 면밀한 조사와 단호한 결정으로 결국 매듭짓게 되었다.

△ 아이티구호기금전용사건 처리 : 이 문제도 전권위원회의 책임 있는 조사와 활동 속에 사법 처리와 배상 등으로 자리를 잡고 있고, 지속적인 진행을 위해 위원회 활동을 연장해 주는 호응을 얻었다.

△ 부동산 매매 엄격 제한 : 그동안 합동 교단의 고질병 중 하나가 막대한 금액의 교단 부동산을 몇몇 인사들이 맘대로 사고팔며 문제를 일으켜 온 것인데, 이번 총회재산특별조사위원회 보고를 통해 앞으로는 총회 결의 없이 부동산을 멋대로 사고 팔 수 없도록 결의함으로써 좀 늦었지만 제대로 가닥을 잡아 가는 것 같다. 더구나 이미 저질러진 잘못이라도 엄중한 책임을 분명히 묻는 전례가 만들어진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총회소식>에 대한 처리 : 총회장, 총무가 법적 결의도 없이 총회 공금을 들여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두둔하는 문건 <총회소식>을 발행한 것에 대해 특별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진행하도록 결의했다.

△ 세대주의 종말론 차단 : 이번 총회에서는 인터콥 최바울 선교사 신학 사상을 여전히 위험하다고 보고, 배리칩과 666 연관 활동은 배격하도록 결의했다. 이는 자칫 보수 신학이 현실도피와 문자주의적 현실 왜곡으로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다행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 총신신학이 갖고 있는 세대주의와 문자주의로의 위험성을 근본적으로 고민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발화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행정 보류 : 부패 집단 한기총이 이단 해제를 통해 영향력 확산을 시도하자 한기총 운동의 토대인 합동 교단 총회에서도 한기총을 탈퇴하자는 주장이 이어졌다. 막판 등장한 총회장의 꼼수로 행정 보류로 후퇴한 아쉬움이 있지만 합동 교단조차 한기총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자는 분위기는 한기총에게 적잖은 타격이 될 것이다.

△ 기타 총회 구조 개혁을 위한 시도들

- 실행위 개혁 : 지금까지 총회 기득권자들은 쟁점들이 있어도 정기총회에서만 잘 버티면 폐회 후 총회 임원들이 선정하는 실행위원회에 모두 넘겨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주무를 수 있었다. 이 문제점을 너무 잘 아는 총대들은 실행위원을 각 노회에서 한 명씩 파송해 총회임원들이 함부로 총대들의 의견을 뒤바꾸지 못하도록 실행위 구성을 바꿨다.

- 전 총회장들의 전횡 제한 : 단지 교단장을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해 온 전 총회장들의 무분별한 입김을 제한하기 위해 '위원회 활동 금지, 실무 참여 금지, 5년간만 예우, 언권 제한' 등 다양한 헌의를 더 연구하도록 5인연구위원회를 구성해 다루도록 했다.

- 교단장 해임 규정 연구 : 총회장, 총무가 불법을 행했을 때 해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자는 의견에 공감하여 연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최근 합동 총회를 보며 감동하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밥 먹고 합시다'의 분위기가 '밥 안 먹어도 좋으니 계속합시다' 분위기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심 없는 분들은 쉽게 폄하할 수 있겠지만 합동 교단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게 얼마나 큰 변화인지 잘 알고 있다. 더구나 한 총대는 십여 년간 끌어온 난제에 마침표를 찍은 것을 비롯해 거의 모든 개혁 의제들을 주도하며 적지 않은 성과를 이끌어 내 교단 내 야당인 교갱협도 못 한 일을 혼자서 하는 고군분투를 보여 주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2. 그러나 총회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총회는 총대가 대의원이 되어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총대가 변하는데 총회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얼핏 모순처럼 들린다. 그러나 합동 총회의 구조와 진행 현실을 보면 이 말을 금세 이해할 수 있다.

△ 총회 파행 책임자 구출 : 총대들은 97회 총회 파행을 불러온 주역 정준모 전 총회장을 징계하려 했으나 안명환 총회장의 무마로 이를 면했고 이로 인해 공직 자제는 물 건너가고 정 전 총회장도 선거관리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황규철 총무에 대해서는 모든 총대들이 더욱 강경하게 시간을 연장해서라도 해임을 하자고 요구했으나 역시 안 총회장이 정회를 강행하고 임원회로 넘겨 또 다른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 GMS 면직 선교사 문제 : GMS 임원들의 무법한 전횡으로 시작된 사태로 면직된 선교사들을 다시 복직시키는 것에 대해 총대들은 임원들이 저지른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활동이었으므로 그들을 무조건 복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안 총회장은 억지로 사과를 주문하며 고집을 부려 GMS 이사회로 공을 넘기고 미흡하게 끝나고 말았다.

△ 제자교회 수습책 미궁 : '제자교회소속확인을위한수습위원회'가 한서노회(당회 측) 측에 정당성을 부여하도록 보고했으나 총회에서 뒤집혀 한서노회 측과 서한서노회 측으로 나누도록 결의함으로써 파행을 낳았고 제자교회 사태는 다시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양심수도 아니고 교회 재산을 빼돌린 파렴치한 범죄로 복역까지 한 사람을 다시 큰 교회 담임목사로 앉히려는 시도는 후안무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 출입 통제 : 원래 교단 총회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참석할 수 있다. 다만 총대들은 발언권까지, 총대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방청권만 주어질 뿐이다. 그러나 합동총회는 총대 아닌 사람들은, 심지어 총대마저도 일일이 신분을 확인해야만 겨우 들어갈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합동 총회 총대들은 이러한 출입 통제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적지 않은 총대들이 자유로운 출입을 공공연히 주장한다. 결국 뭔가 속이고자 하는 사람들만이 자유로운 출입을 두려워한다. 그들이 바로 총회 기득권자들이다.

3. 총회장의 의사봉 앞에 무기력한 민의

합동 총회의 문제는 이제 합동 교단도 알고, 다른 교단 기독교인도 알고,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아는 명백한 사실이어서 총대들 역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대의에 공감하여 최근 총회 때마다 확연히 개혁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의 문턱 앞에서 번번이 좌절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는 여전히 총회 머리 위에 앉아 군림하며 자기들 이해관계에 따라 안건과 결정 방향을 좌우하려는 기득권 세력들을 막아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 두드러지게 보았듯이 새로 당선된 안명환 총회장은 총대들의 의견과 결의와는 전혀 상관없이 제 멋대로 결정 방향을 바꾸고 함부로 의사봉을 휘두르는 전횡을 보였다. 그간에도 각 교단 총회들에서는 산적한 안건과 촉박한 일정에 쫓기다가 총회장의 근거 없는 결정을 두 눈 뜨고 보면서도 그저 당하고야 마는 실정이 많았는데, 이번 총회에서도 안 총회장이 작심하고 두드리는 의사봉 앞에 총대들의 결의는 쉽게 무시되고 말았다.

나는 이를 구조적인 문제로 생각한다. 자주 지적했듯이 합동 총회는 한해의 모든 교단 주요안건들을 무려 1500명이 넘는 많은 총대들이 5일간의 제한된 시간 안에 처리하도록 하고 있어, 처음부터 사회자의 전횡이 언제든 가능한 구조이다. 작심하고 전횡을 일삼는 임원들의 농간을 제어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오랜 시간동안 마련된 노회들의 소중한 헌의와 총대들의 수고는 한순간에 배반당하는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욕하고 말 교단이며 총회일지 모르겠지만, 하나님의 끈질긴 인도하심 속에서 합동 교단도 조금씩 변해 가고 있는 조짐은 분명히 느껴진다. 그러나 그럴수록 기득권자들의 꼼수도 더욱 교묘하기에 더욱더 큰 분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래도 합동 교단이 없어지기 전까지 동 교단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구교형 / 찾는이광명교회 목사·성서한국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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