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애희 칼럼] 역사는 두 번 반복 된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3-10-11 14:42 / 조회 2,120 / 댓글 0본문
[시론] 역사는 두 번 반복 된다
해마다 가을이면 주요 교단들의 정기총회가 개최되는데, 2013년에도 각 교단 정기총회가 거의 마무리 되었다.
올해 각 교단 정기총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했다. 특히 교회세습방지법은 우리가 주목해야할 희망의 밀알이다. 예장합동을 비롯한 주요 교단에서 교회세습방지법을 가결하였다. 이는 교단 스스로 개혁과 변화의 초석을 세워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장통합과 기장은 교회세습 관행 근절을 통해 교회를 더욱 거룩하게 세워나가고자 하는 총대들의 절대적인 지지에 힘입어 세습방지법을 가결하였다. 예장합동 총회 역시 ‘교회세습이 불가하다’는 결의를 공개적으로 천명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하나님의 은총이 아니고는 설명할 길이 없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어두운 면도 많았다. 특히 예장합동은 지난해 땅에 떨어진 권위와 명예가 회복되는 계가가 되길 진심으로 기도했다. 더 이상 교단이 ‘정치꾼’들에 의해 휘둘리게 둘 수 없다는 총대들의 염원이, 어느 때 보다 강하게 타올랐던 교단 갱신의 열망을 감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세상의 조롱거리가 된 한국 교회의 치부를 이제는 더 이상 대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희망은 언제나 그러하듯 총회 첫 날부터 사그라져 버렸다. 97회기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총회 회무를 참관하고자 자발적으로 모인 ‘교단총회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참관단은 출입을 저지당하였다. 일부 기자들 출입마저도 철저히 통제되었다. “정직하고 투명하고 깨끗하게 되도록 노력하고 각종 갈등을 종식시키고 화합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신임 총회장의 취임인사를 들을 기회는 올해에도 빼앗겼다.
거듭되는 파행으로 인해, 산적한 중요 현안을 심도 깊게 다루지 못하고 졸속 처리하는 관행 또한 되풀이되었다. 분쟁상황을 겪고 있는 제자교회 교인들이 단상을 점거하여, 회무를 진행할 수 없는 위기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총회는 어떠한 통제능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양분된 교인들은 첫날부터 총회장에서 장사진을 치고, 담임목사의 면직 여부가 달린 교회의 소속노회 결정을 놓고 총회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길 호소했다. 양측의 첨예한 갈등 상황으로 볼 때, 총회 결정에 승복하지 못한 교인들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총회가 개 교회와 교단의 당면 문제들에 대한 조정능력도, 영적 권위도 없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기도 하다.
또한 총회파행에 대한 직전 총회장과 총무에게 책임을 묻는 총대들의 헌의안과 요구 역시 묵살되었다. 이는 전체 교인들과 대다수 총대들의 의지와 소망을 꺾고, 총회의 자정과 개혁의 시계 바늘을 한참 더 후퇴시키는 결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채택 여부에 기대를 모았던 ‘목회자 윤리 강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채택되지 못 했다. 작금 한국 교회의 상황에서 교회와 교단의 자정과 회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시도였음은 분명하다. 특히 교회들이 표절, 성범죄, 횡령 등의 문제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교회 스스로 자정능력을 갖추고 목회자 윤리의 경건성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만으로도 그 의미는 크다.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목회사역은 권위와 함께 직무에 상응하는 윤리적 책임 역시 수반된다. 목회자도 다른 성도와 마찬가지로 ‘의인이면서 동시에 죄인’이라는 성찰적 고백이 전제되지 않은 한, 총회의 권위 추락 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소중한 변화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총회의 결정은 안타깝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그 다음에는 희극으로.” 두 번째 역사가 희극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처음의 비극이 해결되지 않은 채, 망각과 유예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위기가 찾아와도 무기력한 대응을 반복하게 될 때, 그 결과는 자명하다. 또한 이와 같은 상황이 심각하게 인식되지 못하고 자타가 차츰 희극으로 느껴질 때 그 결말은 비극보다 더 끔찍할 수 있다는 어느 철학자의 고언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의 주인되시는 하나님의 은총에 기대어 쇄신과 자정에 대한 총회의 결단과 회복을 꿈꾸지 않을 수 없다.
(원문보기) http://www.kidok.com/news/articleView.html?idxno=824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