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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종국 칼럼] 표절공화국과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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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3-04-05 17:41 / 조회 3,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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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공화국과 부활


요사이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용어 중 하나가 “표절공화국”이다.

대학교수, 공직자, 연예인, 목사, 학원 강사, 운동선수 등 거의 전 계층에서 표절 시비가 일어나고 있다. 국회의원 중 7명이 표절의혹에 휩싸여 있고, 인사청문회에서는 대통령 비서실장, 환경부 장관, 경찰청장 등이 표절 문제로 곤욕을 겪었다. 명문대학을 나오고, 걸출한 직장을 쫓는 동안 올바른 판단은 뒷전이 됐고, ‘좀 더 편하게, 좀 더 빠르게’라는 시류에 길들여져 정작 윤리의식은 실종되고야 말았다.

표절공화국은 과도기적 현상이라 믿고 싶다. 지금 한국사회는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변화 중에 있다. 과거에는 권력과 금력과 관행으로 대충 뭉개고 넘어갔던 범죄들에 대해 선진국 수준의 윤리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정직한 사회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하나님의 성품은 인애와 공평과 정직이다. 하나님은 표절을 싫어하신다. 이를 안다면 마땅히 한국교회는 정직한 사회로의 전환에 누구보다 앞장 서야 한다.

아쉽게도 현재 한국교회는 그러하지 못하다. 최근 교계에서도 표절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몇몇 목회자의 논문표절 사건이 터지면서 향후 목회자들의 논문표절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표절 사건과 이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한국교회의 미숙함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우선 표절 시비에 대한 개인적 대처 방식이다. 표절이 분명하면 깔끔하게 사과하고 해당 학위를 반납하고 자신의 지위에 합당한 처벌을 감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대개 깔끔한 사과와 학위 반납이 있으면 정상참작으로 처벌 수위도 낮아지기 마련이다. 인기배우인 김혜수는 이게 되는데, 유명 목사인 오정현은 안 되고 있다. 목사의 윤리 수준이 배우의 윤리 수준 보다 못하다.

표절 시비에 대한 기관의 대처 방식도 중요하다. 해당 기관의 윤리수준에 반하는 범죄가 발생하면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가장 상처를 덜 받는 방법이다. 최근 서울대 교수 한 사람이 단 한 편의 논문에 대한 표절혐의로 사직했다. 그런데 사랑의교회 당회는 박사논문의 표절 혐의에 대해 몇 번이나 말을 바꾸고 버티다가 마침내 범죄를 인정한 담임목사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사랑의교회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목회자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회와 교인이 상처받는 일까지 발생하게 된다. 교회의 윤리 수준이 대학의 윤리 수준 보다 못하다면 어찌될 것인가?

교인들들 역시 정의로움을 원하시는 하나님의 가르침에 따라야 한다. ‘우리 목사님’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호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자세가 아니다. 목회자가 하나님보다 우선일 순 없다. 하나님의 성품과 말씀을 거스른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감싸는 것은 이미 관용이 아닌 것이다.

표절 시비에 대한 광대회의체의 대응도 중요하다. 노회나 총회의 존재이유는 개교회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치리의 실천에 있다. 특히 목사의 자질 관리가 하나님과 성도 앞에서 실천해야할 광대회의체의 주요 사명이다. 불행히도 한국교회의 광대회의체들은 하나님의 나라 실천보다 목사의 집단이기주의에 더 많이 헌신하고 있다. 도대체 무소부재하시고 전지전능하신 공의의 하나님을 믿고 있는 사람들의 단체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진실과 공의에 헌신해야 할 교계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랑의교회 사태에 대한 한국교회언론회의 성명을 보니 목사몰아내기 음모라는 논리로 오정현 목사를 두둔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몇몇 기독교시민단체들이 목사의 표절 행위를 개탄하고 하나님의 공의 실천을 강조했다. 한국교회가 통째로 부패한 것은 아니라는 증거로 각 세속 언론에 소개되고 있다. 교회의 비윤리적 행태가 부각될수록 건전한 기독교시민단체의 복음적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부활절을 맞이하여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공의가 부활되기를 기도해야 한다. 우선 내 자신부터, 우리 교회부터, 우리 광대회의체에서부터 하나님의 공의가 부활되어야 한다. 목사의 윤리 수준이 배우 보다 못하고 교회의 윤리 수준이 대학 보다 못하다면 복음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손봉호 교수님의 지적처럼 한국교회는 죽어야 산다. 우리가 진정으로 부활 신앙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교회의 부흥도 다시 시작될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kidok.com/news/articleView.html?idxno=79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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