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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세택 칼럼] 지난 십년을 뒤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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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3-03-11 10:09 / 조회 2,9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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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십년을 뒤돌아보며

오세택 목사❙ohset@hanmail.net


어느 시인 목사님의 책 제목처럼 지난 십 년을 뒤돌아보니 발자국마다 하나님의 은총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중에 몇 발자국만을 나눌까 합니다. 먼저 십 년 동안 교단과 노회, 교회와 가정으로부터 쫓겨나지 않은 것이 은총입니다. 교단과 노회의 여러 선배들이 조용히 지낼 것을 주문했지만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은 것이 은총입니다. 내가 섬기는 지역교회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조용하기를 원하는 교회입니다. 개혁적 성향이 짙을 것 같지만 대부분의 한국교회들처럼 자신을 성찰하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동체입니다. 걸핏하면 교회를 비우고 나다니는 목사를 용납해 준 것이 은총입니다. 집에서도 한 번도 큰 소리로 개혁연대 다녀온다는 말을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내가 어디 갔다 왔냐고 묻지 않았음도 하나님의 은총이었습니다.

더 큰 은총은 십 년 동안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과 그들이 함께하는 단체를 만난 것입니다. 교단과 신학적 미미한 차이를 넘어 서로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아파하는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만난 것이 무엇보다 감사한 은총입니다.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옹졸했던 내 자신의 영성과 신학적 관심과 이해가 그 넓이와 깊이를 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들과 단체를 통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운동론을 나름대로 습득했다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혼자서, 하나가 잘하기보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밤을 밝히는 것이 효율성을 떠나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하나님 나라 운동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우친 것이 은총입니다. 가까이에 있던지 멀리 있던지, 크든지 작든지는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정의와 평화의 빛을 받아 반사되면 땅에서 밤을 새는 사람들에게 꿈과 이야기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은총입니다.

또 하나 고백할 것은 만약 개혁연대에 몸담지 않았더라면 얼마 남지 않은 지역교회 사역을 딸이나 사위에게 물려주려고 했을지 모릅니다. 지난 십 년은 한국교회를 개혁한 것은 미미할지 몰라도 내 자신이 깨어있도록 한 시간이었음은 분명합니다. 홍수처럼 떠내려가는 탁류 속에서도 거슬러 올라가겠다고 몸부림치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의 은총임을 고백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개혁연대 안에 하나님의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것입니다. 많은 의미 있는 단체들이 사람이 없어서 뜻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개혁연대는 초라하기 짝이 없지만 몸과 마음을 다해 헌신하고 동참하는 사람들로 가득함이 은총입니다. 어느 한 사람 앞서지도 뒤서지도 않고 진지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때로는 피켓도 들고 때로는 골방에 꿇어앉기도 하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가득함이 하나님의 은총입니다.

이제 지역교회와 아내에게로 조용히 돌아가서 더 많은 시간 기도로 함께할 것을 약속하며 계속되는 하나님의 은총을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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