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은선 칼럼] ‘나비’효과는 작은 날개짓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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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3-03-22 17:39 / 조회 2,986 / 댓글 0본문
‘나비’효과는 작은 날개짓에서 시작된다
여성주의 연구살롱 <나비>를 소개합니다
자기 삶을 설명하는 데 많은 수식어가 필요한 사람들이 소소하게 둘러앉아 일종의 토로를 하다보면, 그게 다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운동이 만들어지는 건가 싶습니다. 자동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 내 존재를 정당하게 드러내기 위해 애써서 ‘말’을 찾아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공부하기로는 여성운동이 그랬고, 우리운동 <나비>가 그랬으니까 말이에요.
"이방인 여자가 웬 말이냐"
시작은 소소합니다. 2011년에 열린 제2회 기독활동가대회 주제별 토론에 여성 섹션이 있었어요. 기독운동을 하면서 여성을 주제로 이야기해본 적이 없기에 무얼 말해야 할 지 모른 채 우린 일단 토로했지요. 재미있게 기억나는 생각이 “이방인 여자가 웬 말이냐”인데, 힘들고 험한 운동은 우리랑 다 같이 해놓고 정작 결혼은 이방인 여자(선교단체나 운동단체에서 같이 일하지 않은 여자, 혹은 여성에 대한 일반적인 환상과 통념을 수용할 수 있는 소위 ‘상여자’)와 하는 게 섭섭하다는 토로였습니다. 사역할 때는 사명감 투철하고 강인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작 결혼 상대자로는 부드럽고 유연한 여성을 찾는 남성들에 대한 서운함이었는데요, 물론 우리는 웃었습니다만 이 또한 여성운동의 관점에서 좀 더 풀어낼 수 있는 좋은 포인트인 것은 맞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한 두 마디 나눠본 사람들이 애프터 모임을 하고, 이럴 게 아니라 뭔가 공부해보자는 의욕이 생기고, 띄엄띄엄 만나며 관련된 논문을 읽거나 생각을 나누고 책도 골라 읽으면서 관심 있는 멤버를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한 가지 소망이 생기지요. 아무도 여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이 환경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가 잊고 있는 게 한 가지 있다고, 주의를 환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문득 시작되고, 때에 맞춰 그럴듯한 이름도 붙이며 여성주의 연구살롱 <나비>가 꿈틀, 움직이게 됩니다.
‘성’스러운 목사님 사태
권력을 이용해 성범죄를 일삼다 거액의 전별금을 받고 사임한 J목사가 자숙기간을 채 채우기도 전에 새 교회를 개척한다는 소문이 나돌자, 제가 발 디딘 주변 사회는 격노했습니다. 일각에서 이 일에 대응하는 온라인 카페가 만들어지고 피해자 진술과 녹취록이 공개되며 막장 분위기가 조성 됐는데, 저는 오래전 백악관의 클린턴-르윈스키 사태를 보는 듯 했습니다. 조선일보 1면에 상세히 보도된 사건서사는 마치 전 세계가 관음에 대한 금기에서 해방된 듯 했었거든요. 곧 긴급포럼이 열리고 대책위원회가 구성되긴 했습니다만 이상한 건 피해자의 입을 빌어서조차 가해자 중심으로 이 사건이 조명된다는 점이었습니다. J목사가 얼마나 나쁜지,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 가해자를 둘러싼 권력구조와 상황은 어떤지 법리적 상황은 어떤지 등등. 피해자는, 그 여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의 오늘은? 내일은? 같은 일을 당하고 있는 수많은 그들은?
그래서 우리는 포럼을 꾸렸습니다. 서울여대새벽이슬, 청어람아카데미와 함께 ‘전병욱 사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을 열었어요. 이 사태를 다루는 방식에 우려를 표하면서, 피해자와 여성관점을 조명해보겠다는 시도였는데 이렇게 구성했어요. 현장은 청중 반, 기자 반이었습니다. 사안이 사안이기도 했지만 여성의 관점을 제공하는 루트가 이만큼 없다는 반증이기도 했지요. 청중 구성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게 재미있는 일이었고요. 포럼을 통해 "드러난 J보다 드러나지 않은 J에 주목하여 의식과 제도를 정비하자. 우리 안의 J스러움을 성찰하자"는 각성이 발화했다는 점을 나름의 소득으로 여기고 싶어요.
웅성(聲)웅성(性)! - 젠더, 섹슈얼리티, 그리고 교회
하지만 사실 한국교회에 목사 J가 등장한 것은 오래전 일이고,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J들이 난무한다는 것 또한 우리의 관심이었습니다. 토론회는 계속될 과정의 시작으로 두되 우리는 좀 더 굵은 흐름을 다루어야 한다, 그렇게 판단했지요. 그래서 한국교회에 여성주의적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초점을 잡고 연속 세미나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웅성(聲)웅성(性)! - 젠더, 섹슈얼리티, 그리고 교회”입니다. 강좌는 젠더 감수성(토리, 한국성폭력상담소), 섹슈얼리티(시우, 연세대학교 문화학협동과정 석사과정), 여성과 성서(박인희 교수, 이화여대 신학대학원), 여성과 교회(구미정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 워크숍(고상균, 향린교회 준목)으로 구성했습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와 서울여대새벽이슬, 청어람아카데미가 공동주최했지요.
수강생은 열다섯 명 남짓. 주최 측도 이런 세미나를 연 것이 처음이고, 강사도 교계 청년들을 만나는 일은 자주 생기지 않는데다가 청중 역시 생경한 주제를 들으려 모인, ‘모두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연출 되었습니다.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강의 속에서, 또 강좌 전체를 마무리하며 마련한 워크숍을 기회로 삼아 ‘내 이야기’를 많이 풀어내는 공간이 되고자 했지만 첫술에 배부르기는 힘든 노릇이었지요. 그래도 멀게 만 느껴지는 여성주의에 대해 조금은 가까이서 접하고, 질문하고, 신앙적인 줄기에 연이어 고민을 확장할 수 있는 요긴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더 욕심을 부려, 내용을 충분히 흡수하며 곁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내 이야기를 깊게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공간으로 존재하려면 보다 세세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이번 강좌를 치르며 얻은 교훈입니다.
레닌의 말을 빌어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하라"
그렇게 야무진 2012년을 보낸 우리. 고개를 내밀고, 여성주의적 감수성을 품는 우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던 한 해를 지나 2013년을 시작하면서, 여성주의 연구살롱 <나비>는 ‘내공 다지기’에 시선을 돌리기로 했습니다. 우리끼리 모여 공부하고 비슷한 생각을 나눈 채 끝났다면 몰랐을 ‘우리’의 경계, 내 안에 있는 모호함과 불안함, 이 주제에 대한 공동체적인 미래지향의 재규정 등을 까닭으로 들 수 있겠습니다. 그 동안의 활동으로 더 얻을 수 있던 동료들과 함께 다시 여성주의 기초이론 공부로 돌아가는 셈이지요. 그렇게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이 벨 훅스의 <페미니즘- 주변에서 중심으로>이고, 다음 책은 제인 프리드먼, <페미니즘- 지성의 근본주의>입니다. 여성주의에 관심 있는 분들이 따라 읽어갈 수 있도록, 우리가 같이 읽은 단행본들을 나열하자면 이렇습니다.
<여성의 정체성, 어떤 여성이 될 것인가>(이현재·책세상), <행복한 페미니즘>(벨 훅스·시와시학사), <페미니즘의 도전-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정희진·교양인), <오빠는 필요없다 - 진보의 가부장제에 도전한 여자들 이야기>(전희경·이매진), <페미니즘 주변에서 중심으로>(벨 훅스 · 모티브북), <페미니즘- 지성의 근본주의>(제인 프리드먼 · 이후)
읽고 공부하고 나누고 더 공부하고. 이것이 지금의 나비가 지향하는 길입니다. 각자 자기의 언어로 살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듣고 말하며 다시 듣고 같이 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평화를 원하지만 평화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그 길을 새로 내는 게 쉽지 않듯이, 여성주의적인 감수성을 원하지만 가부장제 사회에 젖어 사는 게 또한 우리이기에 그렇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 관계 맺고 대화하는 방식,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며 방향을 권하는 방식 모두 다시 돌아보고,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바꿔가기 위해 우리는 공부합니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공부 길에 잠시나마 축복처럼 진리가 번득이면, 혹은 그렇지 못할 지라도 좋은 때와 장소가 이르면, 나비가 다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날개짓을 하겠습니다. 그런 우리 노력이 옳다 여긴다면, 궁금한 마음, 품어 주시겠어요?!
(원문보기)
http://www.crosslow.com/news/articleView.html?idxno=1053
여성주의 연구살롱 <나비>를 소개합니다
자기 삶을 설명하는 데 많은 수식어가 필요한 사람들이 소소하게 둘러앉아 일종의 토로를 하다보면, 그게 다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운동이 만들어지는 건가 싶습니다. 자동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 내 존재를 정당하게 드러내기 위해 애써서 ‘말’을 찾아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공부하기로는 여성운동이 그랬고, 우리운동 <나비>가 그랬으니까 말이에요.
"이방인 여자가 웬 말이냐"
시작은 소소합니다. 2011년에 열린 제2회 기독활동가대회 주제별 토론에 여성 섹션이 있었어요. 기독운동을 하면서 여성을 주제로 이야기해본 적이 없기에 무얼 말해야 할 지 모른 채 우린 일단 토로했지요. 재미있게 기억나는 생각이 “이방인 여자가 웬 말이냐”인데, 힘들고 험한 운동은 우리랑 다 같이 해놓고 정작 결혼은 이방인 여자(선교단체나 운동단체에서 같이 일하지 않은 여자, 혹은 여성에 대한 일반적인 환상과 통념을 수용할 수 있는 소위 ‘상여자’)와 하는 게 섭섭하다는 토로였습니다. 사역할 때는 사명감 투철하고 강인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작 결혼 상대자로는 부드럽고 유연한 여성을 찾는 남성들에 대한 서운함이었는데요, 물론 우리는 웃었습니다만 이 또한 여성운동의 관점에서 좀 더 풀어낼 수 있는 좋은 포인트인 것은 맞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한 두 마디 나눠본 사람들이 애프터 모임을 하고, 이럴 게 아니라 뭔가 공부해보자는 의욕이 생기고, 띄엄띄엄 만나며 관련된 논문을 읽거나 생각을 나누고 책도 골라 읽으면서 관심 있는 멤버를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한 가지 소망이 생기지요. 아무도 여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이 환경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가 잊고 있는 게 한 가지 있다고, 주의를 환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문득 시작되고, 때에 맞춰 그럴듯한 이름도 붙이며 여성주의 연구살롱 <나비>가 꿈틀, 움직이게 됩니다.
‘성’스러운 목사님 사태
권력을 이용해 성범죄를 일삼다 거액의 전별금을 받고 사임한 J목사가 자숙기간을 채 채우기도 전에 새 교회를 개척한다는 소문이 나돌자, 제가 발 디딘 주변 사회는 격노했습니다. 일각에서 이 일에 대응하는 온라인 카페가 만들어지고 피해자 진술과 녹취록이 공개되며 막장 분위기가 조성 됐는데, 저는 오래전 백악관의 클린턴-르윈스키 사태를 보는 듯 했습니다. 조선일보 1면에 상세히 보도된 사건서사는 마치 전 세계가 관음에 대한 금기에서 해방된 듯 했었거든요. 곧 긴급포럼이 열리고 대책위원회가 구성되긴 했습니다만 이상한 건 피해자의 입을 빌어서조차 가해자 중심으로 이 사건이 조명된다는 점이었습니다. J목사가 얼마나 나쁜지, 어떤 나쁜 짓을 했는지, 가해자를 둘러싼 권력구조와 상황은 어떤지 법리적 상황은 어떤지 등등. 피해자는, 그 여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의 오늘은? 내일은? 같은 일을 당하고 있는 수많은 그들은?
그래서 우리는 포럼을 꾸렸습니다. 서울여대새벽이슬, 청어람아카데미와 함께 ‘전병욱 사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을 열었어요. 이 사태를 다루는 방식에 우려를 표하면서, 피해자와 여성관점을 조명해보겠다는 시도였는데 이렇게 구성했어요. 현장은 청중 반, 기자 반이었습니다. 사안이 사안이기도 했지만 여성의 관점을 제공하는 루트가 이만큼 없다는 반증이기도 했지요. 청중 구성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게 재미있는 일이었고요. 포럼을 통해 "드러난 J보다 드러나지 않은 J에 주목하여 의식과 제도를 정비하자. 우리 안의 J스러움을 성찰하자"는 각성이 발화했다는 점을 나름의 소득으로 여기고 싶어요.
웅성(聲)웅성(性)! - 젠더, 섹슈얼리티, 그리고 교회
하지만 사실 한국교회에 목사 J가 등장한 것은 오래전 일이고,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J들이 난무한다는 것 또한 우리의 관심이었습니다. 토론회는 계속될 과정의 시작으로 두되 우리는 좀 더 굵은 흐름을 다루어야 한다, 그렇게 판단했지요. 그래서 한국교회에 여성주의적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초점을 잡고 연속 세미나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웅성(聲)웅성(性)! - 젠더, 섹슈얼리티, 그리고 교회”입니다. 강좌는 젠더 감수성(토리, 한국성폭력상담소), 섹슈얼리티(시우, 연세대학교 문화학협동과정 석사과정), 여성과 성서(박인희 교수, 이화여대 신학대학원), 여성과 교회(구미정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 워크숍(고상균, 향린교회 준목)으로 구성했습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와 서울여대새벽이슬, 청어람아카데미가 공동주최했지요.
수강생은 열다섯 명 남짓. 주최 측도 이런 세미나를 연 것이 처음이고, 강사도 교계 청년들을 만나는 일은 자주 생기지 않는데다가 청중 역시 생경한 주제를 들으려 모인, ‘모두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연출 되었습니다.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강의 속에서, 또 강좌 전체를 마무리하며 마련한 워크숍을 기회로 삼아 ‘내 이야기’를 많이 풀어내는 공간이 되고자 했지만 첫술에 배부르기는 힘든 노릇이었지요. 그래도 멀게 만 느껴지는 여성주의에 대해 조금은 가까이서 접하고, 질문하고, 신앙적인 줄기에 연이어 고민을 확장할 수 있는 요긴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더 욕심을 부려, 내용을 충분히 흡수하며 곁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내 이야기를 깊게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공간으로 존재하려면 보다 세세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이번 강좌를 치르며 얻은 교훈입니다.
레닌의 말을 빌어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하라"
그렇게 야무진 2012년을 보낸 우리. 고개를 내밀고, 여성주의적 감수성을 품는 우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던 한 해를 지나 2013년을 시작하면서, 여성주의 연구살롱 <나비>는 ‘내공 다지기’에 시선을 돌리기로 했습니다. 우리끼리 모여 공부하고 비슷한 생각을 나눈 채 끝났다면 몰랐을 ‘우리’의 경계, 내 안에 있는 모호함과 불안함, 이 주제에 대한 공동체적인 미래지향의 재규정 등을 까닭으로 들 수 있겠습니다. 그 동안의 활동으로 더 얻을 수 있던 동료들과 함께 다시 여성주의 기초이론 공부로 돌아가는 셈이지요. 그렇게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이 벨 훅스의 <페미니즘- 주변에서 중심으로>이고, 다음 책은 제인 프리드먼, <페미니즘- 지성의 근본주의>입니다. 여성주의에 관심 있는 분들이 따라 읽어갈 수 있도록, 우리가 같이 읽은 단행본들을 나열하자면 이렇습니다.
<여성의 정체성, 어떤 여성이 될 것인가>(이현재·책세상), <행복한 페미니즘>(벨 훅스·시와시학사), <페미니즘의 도전-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정희진·교양인), <오빠는 필요없다 - 진보의 가부장제에 도전한 여자들 이야기>(전희경·이매진), <페미니즘 주변에서 중심으로>(벨 훅스 · 모티브북), <페미니즘- 지성의 근본주의>(제인 프리드먼 · 이후)
읽고 공부하고 나누고 더 공부하고. 이것이 지금의 나비가 지향하는 길입니다. 각자 자기의 언어로 살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듣고 말하며 다시 듣고 같이 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평화를 원하지만 평화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그 길을 새로 내는 게 쉽지 않듯이, 여성주의적인 감수성을 원하지만 가부장제 사회에 젖어 사는 게 또한 우리이기에 그렇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 관계 맺고 대화하는 방식,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며 방향을 권하는 방식 모두 다시 돌아보고,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바꿔가기 위해 우리는 공부합니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공부 길에 잠시나마 축복처럼 진리가 번득이면, 혹은 그렇지 못할 지라도 좋은 때와 장소가 이르면, 나비가 다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날개짓을 하겠습니다. 그런 우리 노력이 옳다 여긴다면, 궁금한 마음, 품어 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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