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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종운 칼럼] 전병욱 목사님 성범죄 사건에 대한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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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2-08-24 11:30 / 조회 3,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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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8월호 소식지 <공동대표의 편지>에 실린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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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욱 목사님 성범죄 사건에 대한 소회


박종운 공동대표


얼마 전 뉴스앤조이가 주최하는 긴급 토론회 <전병욱 사건 통해 보는 한국교회>에 발제자로 섭외가 된 적이 있습니다. 전병욱 목사님 성범죄 사건으로 인하여 여러 달 동안 아파하고 고민했던 기억이 또렷하게 남아 있는지라 가급적이면 발제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 깊숙하게 관여했었던 만큼 어떤 의미에서든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만 발제를 승낙하고 말았습니다. 

위 긴급 토론회는 성범죄 사건으로 삼일교회를 사임한 후 회개와 치유, 회복을 하면서 근신하는 줄 알았던 전병욱 목사님이, 사임 당시에 삼일교회 당회로부터 금 13억 4,500만원이라는 거금을 전별금으로 받아갔고, 이런 저런 방법으로 은밀하게 교회 개척을 도모하다가 마침내 홍대새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8월 15일에 개척예배를 드리겠다고 공표한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마련된 것입니다.

발제 준비를 위해 한동안 묻어 두고 잊어버리려 했던 관련 자료들을 다시금 찾아보면서 저는 또 다시 아픔과 괴로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피해자(들)의 아픔, 전병욱 목사님에 대한 아픔, 한국 교회의 아픔, 예수님의 아픔이 준비 기간 내내 가시지 않았고, 전병욱 목사님의 행위에 대하여‘분노’보다는‘괴로움’을 느꼈습니다.

개신교 목사님들의 성범죄 사건이 한두 건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때마다 범죄한 이후에 파렴치해지는 행동들을 보면서 더욱‘분노’를 느낀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전병욱 목사님의 경우, 이번에 문제가 된 성범죄 사건이 저한테까지 알려진 후에 비록 범죄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잘못했고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받았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전병욱 목사님이 한국의 고든 맥도날드가 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복음의 능력을 보여주는 목회자의 모습보다는 변명하며 치졸해져가는 죄인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기대’는‘실망’으로 바뀌고‘분노’하기보다는‘괴로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물론 목회자들도 죄악에 빠진 세속을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범죄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이기에 범죄해서는 아니 되겠지만 세속을 살아가는 한 그리스도인이라고 하여 죄악의 구렁텅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제 생각에, 거듭난 그리스도인이라면 다시는 범죄하지 않는 것이 맞고 그게 좋겠지만 범죄했다고 하여 그때부터 곧바로 그리스도인의 자격을 상실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범죄하게 된 다음에 어떤 언행을 하느냐에 따라 진실한 그리스도인인지 아닌지 여부가 판별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부정한 자들과 싸우면서 교회개혁을 위해 앞장서 왔지만, 범죄한 그리스도인 본인은 어떻게 해야 회복될 수 있는지, 그러한 그리스도인에 대하여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준비, 교육과 훈련이 썩 잘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위 긴급 토론회 <법조인이 바라본 전병욱 사건 _ 내가 본 전병욱 성폭행 사건> 발제를 통해 전병욱 목사님과의 두 번의 만남을 회상하고 세 번째 만남을 기대한다고 말하였습니다. 여전히‘한국의 고든 맥도날드’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복음의 능력이 전병욱 목사님을 통해 발현되기를 소망합니다.

그 당시에 피해자의 진술, 피해자와 전병욱 목사님과의 전화 통화 내용, 그밖에 MBC PD의 취재 내용 등을 통해 제가 내렸던 열 가지 결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①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매우 높다.
② 행위의 내용 및 정도는 ... (삼일교회 당회에서 발표한) 내용대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성추행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사과/회개를 원할 경우에는 사건 자체를 거짓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매우 적음),
③ 그 과정에서 물리적인 강제행위나 강력한 거부행위는 없었으나 이러한 종류의 성폭행 사건의 정황(특히, 교회 내에 영적인 위계질서가 강하고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존경심이 강력할 때, 피해자는 순간적으로 판단능력을 상실하고 가해자의 요구에 따르게 됨)상 성폭행/성추행임이 분명하다,
④ 만일 사건 직후에 고소/고발이 있었다면 전병욱 목사는 형사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⑤ 피해자는 전병욱 목사를 형사 처벌 받게 할 의도도 없고 교회에 피해를 줄 의도도 없으나, 전병욱 목사가 회중 앞에서 자복하고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고 치유되기를 소망하였으며 본인 또한 치유 받기를 원한다,
⑥ 전병욱 목사는 그동안 복수의 여성 청년 성도들과 가벼운 신체적 접촉, 스킨십, 성희롱적 발언, 안마, 단 둘이 손잡고 침대에 누워있기 등에서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의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나, 그에 대하여 목회자인 본인의 죄의식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고 반복적인 것으로 볼 때, 습관성/상습성 혹은 중독성을 보이는 것으로 강력히 추정된다,
⑦ 전병욱 목사는 ㉠ 회중 앞에 구체적으로 자복하고 회개하고, ㉡ 한국교회와 성도 특히 본인 가족을 포함한 피해자들에게 사과 및 용서를 구하고, ㉢ 사임, 중징계, 손해배상 등의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 본인 또한 상당 기간의 치유와 회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⑧ 고든 맥도날드의 사례를 통해서 볼 때, 전병욱 목사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는 선배 목회자들이 상당한 기간 동안 멘토링 등을 통해 도와야 하고, 중독성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 진단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의학적/심리학적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⑨ 이 사건을 통하여 한국 교회는 목회자 및 성도 특히 여성 성도들의 ‘성’,‘목회자와 여성 성도들 간의 인간관계 특히, 신체적 접촉 및 관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 교회 내의 시스템 개선(목회자 직무실 개선, 여성 성도들과 비공개 개별 면담 주의, CCTV 설치, 건전한 기독교적 성교육 등) 등이 필요하고, 범죄한 성도, 목회자들의 치유와 회복에 대한 연구 및 실행이 필요하다,
⑩ 이 사건은 1차적으로 전병욱 목사와 삼일교회가 내부 자정능력을 발휘하여 교회는 전병욱 목사를 중징계하고, 전병욱 목사는 교회를 사임하며, 교회와 전 목사는 피해자에 대해 사과 및 용서를 구하고 손해를 배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마도 지금 현재 전병욱 목사님은 본인에게 주어진 은사, 곧 말씀을 전하면 젊은이들이 감동을 받는 그러한 은사를 쉼 없이 발휘하고 싶은 욕망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발제문을 통해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능력은 있는데 인격/품성과 영성이 부족하다면, 이것은 시속 2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차량은 있는데 운전자도 시원치 않고, 그러한 속도로 달릴 만한 도로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때 자동차(능력)를 가진(받은) 운전자는 고속으로 달리고 싶어하지만, 자신의 운전 실력, 경험, 집중력, 체력 등이 부족하고, 나아가 고속으로 달릴 만한 도로 여건,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면, 특히 내적인 요건이 구비되어 있지 않다면 반드시 큰 사고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기독인으로서 필요한 것은 그러한 내적인 외적인 여건에 더하여 성령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받는 사람일수록 더욱 더 그 능력에 걸맞는 품성/인격을 갖추고 나아가 성령의 지배를 받아야 합니다. 성령께서 생각하시는 대로 말씀하시는 대로 움직이는 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평범한 사람보다 더 큰 사고를 야기하게 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실망과 좌절과 혼란을 야기하게 됩니다.”

전병욱 목사님, “이 정도로 대가를 치렀으면 되었다, 나를 따르는 젊은이들은 내가 전하는 말씀을 듣고 여전히 감동/감화받지 않는가? 새롭게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이제 개척해도 된다.”고 생각하시지 말고 지금이라도 선배 목사님들의 멘토링을 받으시면서 치유와 회복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크든 작든 목사님의 범죄 행위로 인해 상처입은 자매들께 구체적으로 공개적으로 진정성있게 사과하시고 용서를 구하십시오. 그리고 그와 관련하여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보시고 필요하다면 정신적/심리적 치료도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머지않은 수년 내에 저와의 세 번째 만남이 이루어질 때에는 더욱 큰 능력, 품성/인격, 영성을 갖추고 나타나시기 바랍니다. 지금 홍대새교회를 개척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도덕성, 진정성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목사님 자신 또한 계속하여 왜곡된 길로 가도록 하는 것일 뿐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어 한 웅큼의 헌신만으로도 큰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의 크신 사랑, 아즈카라의 은혜를 너무나 값싼 은혜로 변질시키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여성 청년 성도들에게 범한 성적인 범죄와 그로 인해 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준 상처와 삼일교회를 비롯한 한국 교회의 성도에게 준 크나큰 실망, 무엇보다도 하나님 앞에 바로 설 수 없는 이 참담함을 생각하신다면, 적정한 과정과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렇게 빨리 목회 현장으로 돌아오는 것은, 더욱 큰 죄악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마지막 심판 날에,‘오른 편’에 선 자가 될 지,‘왼 편’에 선 자가 될지,‘양’으로 평가받을지,‘염소’로
평가받을지, 우리는 감히 알 수 없습니다. 구원에 대한 기쁨이 <주관적이고 지나친 자기 확신>으로 비약되어 교만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재림하실 주님 앞에 서는 마지막 그 순간까지 <하나님에 대한 경외 ; 두렵고 떨림으로> 더욱 낮아져서 성찰하고 정진하며 주님 말씀대로 살아갈 뿐입니다. 주님의 은총을 간구합니다. 아멘.




▶ 7월 12일, 뉴스앤조이 긴급 토론회 '전병욱 사건과 한국교회'에서 발제한 박종운 공동대표의 원고 전문(제목: 법조인이 바라본 전병욱 사건)은 뉴스앤조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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