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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오성 칼럼] '하나님의 몸'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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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2-10-03 17:56 / 조회 2,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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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몸'이 아프다
한국교회가 본 예장합동 제97회 총회 사태와 비대위 구성


남오성 사무국장
   
2012.10.01 


몸이 아프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팔다리는 얻어맞은 듯 쑤셔오고 숨쉬기가 곤란하다. 물론 몸은 그전부터 안 좋았다. 짧지 않은 세월 지내오다 보니 뾰족한데 찔려서 피를 본 적도 있고 매를 맞아서 멍든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아파도 너무 아프다. 이게 다 못 볼 걸 봤기 때문이다. 그래, 보지 말았어야 했다. 허나 어쩌랴, 누군가는 봐야만 하는 역사의 현장인 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 말하는 거다.

사실 예장합동 총회 전부터 몸이 안 좋았다. 듣지 말아야 할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장자 교단을 자임하는 예장합동의 총회장 내정자와 교단 중직 목사들이 노래주점에서 여성 도우미들과 유흥을 즐겼다는 소문을 처음 들었을 때, 가슴이 콱 막혀 왔다. 조계종 승려 도박 사건이 중앙 일간지 1면 머리기사에 올랐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이게 뉴스로 알려지고 나서 그렇잖아도 힘든 전국의 교회들이 망신당하고 욕먹는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드디어 예장합동 총회 첫날, 회의장 입구를 막아선 용역들을 보자 몸 여기저기서 통증이 밀려왔다. 운동으로 단련된 탄탄한 덩치의 거구들 수백 명이 검정 양복 차려입고 기자와 참관단이 회의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왜 총회를 공개 않느냐 소리 높여 항의하고, 힘으로 부딪혀 몸싸움을 벌여봤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목만 아프고 몸만 멍들 뿐.

바로 그때 권총 소식을 들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교단 총무가 총대들 앞에서 가스총을 빼 들고 위협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설마 했다. 그런데 동영상으로 그 장면을 직접 보고는 가슴에 총알이 박힌 듯했다. 특히 총대들의 지시를 받아 교단의 살림살이를 섬기는 심부름꾼이 되어야 할 교단 총무가 총구를 총대들을 향해 겨누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마지막 날, 총회장이 날치기 파회하고 도망칠 땐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총회장이 돌연 폐회를 선언하고 자리를 뜨자 미리 계획된 듯 불이 꺼졌다. 스위치를 올려봤자 소용없었다. 건물 전체 전원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조명이 없고, 냉방도 차단되고, 마이크가 안 나오는 와중에 수백 명의 총대들이 웅성거렸다. 눈앞이 캄캄하고,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했다.

다행히 죽지 않고 살아있는 건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 덕이다. 의장의 날치기 파회로 인해 많이 당황했지만 곧 냉정을 찾고 교단 개혁의 의지를 불태우던 총대들의 결연한 눈빛이 나를 살렸다. 힘들지만 꼭 가야 할 길, 언젠가는 반드시 떠나야 할 여정을 향해 첫걸음을 떼는 총대들의 어깨동무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이쯤 되면 내가 누군지 궁금할 게다. 나는 한국교회다. 나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바알에 무릎 꿇지 않은 남은 자들이 지켜온 몸이다. 맘몬 우상 다 버리고 예수만을 따라나선 제자들의 공동체가 세운 몸이다. 하나님 위해 몸을 버린 순교자의 피가 흐르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나의 몸을 먹어라. 나의 몸이 되어라. 나의 몸을 고치라. 몸이 아프다.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고전12:26)

남오성 /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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