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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남오성 칼럼] 상식, 참여, 치유를 향하여(합동총회 참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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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2-10-08 21:03 / 조회 2,7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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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오성 칼럼] 상식, 참여, 치유를 향하여(합동총회 참관 후기)
 
 


합동 총회, 실망이었다. 차창을 내리치는 태풍 폭우를 뚫고 서울에서 네 시간 운전해 도착한 대구 합동 총회 첫 날. 우리를 기다린 건 건장한 체구에 검정 양복 맞춰 입고 기자들과 참관단을 위협하며 출입을 가로막는 수백 명의 용역들이었다.

같은 시간, 회의장 안에서는 교단 총무가 용역 철수를 요구하는 총대들을 향해 가스총을 빼들었다. 거룩한 총회에 용역과 가스총이라니? 그때 머리를 스친 건 총회 전부터 들려오던 교단 총무의 패륜 및 비리 의혹 소식과 곧 총회장이 될 부총회장이 노래주점에서 여성 도우미들과 유흥을 즐겼다는 뉴스 보도였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총회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총회의 대미는 날치기 파회로 장식되었다. 총회장은 단지 시간이 다 됐다는 이유만으로 동의, 재청, 기도도 없이 갑자기 폐회를 선언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마지막 날 다뤄질 자신에 대한 불신임안과 총무 해임안을 피하기 위해서란다. 아! 합동총회!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가슴이 아팠다. 절망이 밀려왔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게 끝은 아니었다.

합동 총회, 희망을 봤다. 이번 총회에서 교단 개혁, 나아가 한국 교회 개혁의 가능성을 보았다. 특히 눈에 띈 건 총대들의 참여율이다. 예년 같으면 총대들은 총회 일정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데도 도중에 귀가한다. 그런데 이번 총회는 달랐다. 총대들 대부분이 마지막 날까지 자리를 지켰다. 교단을 더 이상 몇 몇 정치꾼들이 날뛰는 돈과 권력의 놀이터로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과 갱신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 개혁의 에너지는 결국 '총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탄생시켰다. 총회장이 회의를 날치기 파회하고 떠난 직후, 갑자기 조명이 꺼졌다. 건물의 전원이 내려져 냉난방과 마이크도 작동하지 않는 캄캄한 공황상태 속에서도 총대들은 침착하게 교단 개혁의 불씨를 지폈다.
전체 총대 1,300명 중 842명이 남아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는 140개 노회장들이 참여하여 비상 총회 소집, 총회장 불신임 건, 총무 해임 건, 총회 정상화 될 때까지 상비부 활동 중지, 노회 상회비 및 각 교회 세례 교인 헌금 납부 유보 등을 결의했다. 앞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합동 총회를 구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상의 총회 전체 난맥상을 똑똑히 목격하고 나니, 가슴에 무언가 뜨거운 게 뭉클하다.

합동 총회와 이를 개혁할 비상대책위원회, 그리고 한국 교회 전체를 향한 간절한 바람이 밀려온다. 먼저 상식을 회복하길 바란다. 거룩한 총회에 패륜 비리, 노래주점 유흥, 용역 동원, 가스총 위협, 날치기 파회가 왠 말이냐? 우선 상식만이라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금번 총회에서 총대들이 보여준 참여의 열기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타락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검증된 진리다. 돈과 권력에 눈먼 정치꾼들에게 총회를 맡기고 돌아보지 않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아무리 훌륭한 목회자라도 돈과 성과 권력의 유혹 앞에 무릎 꿇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기에, 평신도들은 항상 애정 어린 비판과 견제로 목회자를 도와야 한다. 총대, 담임목사, 장로뿐만 아니라 모든 목회자와 평신도, 여성과 청년들이 공동의회, 제직회, 당회, 노회, 총회를 주목하고 참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치유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 한국 교회는 아프다. 아파도 너무 아프다. 세상을 치료해야 할 교회가 병들어 교회 안의 성도들뿐만 아니라 교회 밖의 불신자들까지도 상처 입히고 있으니, 하나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실까? 교회 지도자들이 죄와 허물을 회개하고, 교회 공동체는 뼈를 깎는 갱신의 실천을 통해 상처 입은 자들을 치료하고, 하나님께 드리는 온전한 예배를 회복함으로써, 세상을 구원하고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교회 본연의 사명을 감당하는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야 한다.

금번 합동 총회가 보여준 총대들의 참여의 열기와 비상대책위원회의 개혁의 불꽃이 번져나가 한국 교회의 상식을 회복하고 탐욕을 불사르는 치유의 횃불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 남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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