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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애희 인터뷰] 교회개혁, 내가 이 길을 걷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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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2-11-21 13:36 / 조회 2,7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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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혁, 내가 이 길을 걷는 이유?"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신임 사무국장     
 
'교회개혁’이란 말은 이제 우리의 귀에 익숙하다. 세상을 바르게 개혁해야 할 교회가 개혁의 대상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개혁뿐 아니라, 교회를 통한 사회의 개혁을 주장하며 시작한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공동대표 박종운 외)가 창립된 지 어느 덧 10년이다. 창립 초기부터, ‘왜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냐?’며 적지 않은 공격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지만, 그들이 감당해야 부분이 있기에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닐까.

얼마 전, 한국교회가 아닌 개혁연대 안에서 ‘개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복음주의권 운동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여성이자, 목회자가 아닌 실무자 출신의 사무국장이 선임된 것이다. 2004년부터 개혁연대에 몸담고 활동해 온 김애희 간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 간사는 지난 해 3월 사임했다가 다음 달에 사무국장으로 복귀하면서, 새로운 사역들을 준비 중에 있다. 가녀리고 작은 체구로, 그리고 여성으로서 험난한 교회 현장을 지켜온 그가 풀어낼 이야기들은 어떤 것들일까? 사뭇 궁금하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와의 만남이 궁금하다.

대학 때 SFC(학생신앙운동) 활동을 했었는데, 어느 날 SFC 선배로부터 개혁연대에서 일해 볼 것을 권유 받았다. 그 당시에 나는 교회에서 청년부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교회의 여러 복잡한 상황들을 보며,‘교회가 뭘까?’ ‘교회에서 양을 양육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것이 교회를 위한 진정성 있는 운동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 고민을 하는 내 모습을 보고, 선배가 본격적으로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권유 했고,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두 번째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때가 개혁연대가 출범한 지 1년이 좀 지났을 때였고, 일 할 사람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내가 그 일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2004년 1월 2일에 첫 출근을 했다.


개혁연대의 시작을 함께 했는데, 초창기 사역은 어떠했나?

사무실에 처음 갔을 때, 상근 활동가는 나 혼자뿐이었고, 조직적으로도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건강교회운동본부에서 나오면서 운동성은 충분히 공유되었지만 실무진이 조직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때 30명의 집행위원이 있었고, 사무처장님, 사무국장님, 나 이렇게 셋이서 실무를 맡게 됐다.

초기에는 무엇보다 교회문제를 겪고 있는 성도들과 상담을 하는 역할이 중요했다. 교회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목회자를 도울 수 있는 네트워크는 있지만, 평신도들을 돕는 단체는 개혁연대밖에 없었다. 교회 내 권력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아무데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 성도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담임 목사가 교인들에 협의하지 않고 부지를 팔면서 예배드릴 공간이 없어졌다거나, 담임 목사의 성적인 문제를 지적했는데 교회에서 쫓겨나는 등 교회에서 아픔을 경험한 이들이 찾아 왔고, 우리는 그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이런 상담 외에도 2004년에 불거진 교회 세습 반대운동을 벌이는 등, 교계의 크고 작은 일들에 나서기 시작했다.



교회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도왔다고 했는데, 본인 스스로도 그런 문제를 접하면서 많이 놀랐을 것 같다.

초기에는 명망있는 목사님들의 이면을 보며 감당이 잘 안됐다. 이런 게 교회 현실임을 느끼며 많이 속상했다. 그런데 교회의 옳지 않은 모습 속에서도 그것을 바꾸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교회 안에서 개혁운동을 하고 있는 평신도들을 보며 도전을 받았다. 오래는 7~8년 정도 그 일에 매달리고 있는 경우도 봤다.

예전에 한 교회에서는 세습 문제가 생겨서,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이 1층과 2층에서 따로 나누어 예배 드린 적이 있었다. 그 때 세습을 찬성하는 이들은 반대하는 이들을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고, 예배드리는 공간의 불을 끄거나 창문을 깨며 예배를 방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이들은 그런 공격을 당하면서도 불이 꺼진 데서 촛불을 켜고 예배를 드리며, 그들의 자리를 지켜갔다. 그들의 열정을 보면서 나는 할 말이 없고 부끄러웠다.

우리는 월급을 받고 일하지만, 그들은 본인의 직업이 있고,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건강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수고를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분들을 보면서 교회에 힘이 있음을 느꼈다. 하나님께서 교회에 뜻하신 바를 이루어가는 사람들은 저런 사람들이 아닐까. 교회공동체를 저렇게 소중히 여기고, 교회에서 뜻을 모으고, 교회 공동체에 대해 자신의 시간과 재정을 내어놓는 것을 보며 이런 것이 바로 헌신임을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들에게서 많이 배우기도 하고,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근래에 들어 개혁연대의 활동이 많이 알려지고 있다. 언론에 의해 보이는 것 외에도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

개혁연대가 교회이슈나 분쟁에 대해 피켓시위, 항의방문, 면담요청, 기자회견을 통한 입장표명을 해오고 있지만, 이 외에도 하고 있는 사업들이 굉장히 많다. 개혁연대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목회자 청빙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목회자 청빙의 절차를 제시하고,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도 진행 중에 있다. 교회 내의 재정과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 교육하거나 세미나를 열고 있고, 특히 목회자 세습을 신고하고,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목사님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은 세금을 신고하면 대출도 받을 수 있고, 4대 보험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외에도 교회에서 민주적인 정관을 가질 수 있도록 모델을 제시하는 민주적 정관 갖기 운동을 하고 있고, 교회를 바로 세워가기 위한 교회개혁제자훈련을 진행 중에 있다. 이 훈련에서는 교회론에 대한 이해부터 바른 영성과 신앙인의 자세가 무엇인지 등을 배우게 된다.



개혁연대의 활동 목적이 교회의 회복에 있지만 아무래도 운동이다 보니, 주위에서 좋지 않은 반응도 많이 있었을 듯하다.

‘공격이 너무 비판적이다’ ‘너희들 때문에 선교의 문이 닫힌다’ ‘믿지 않는 사람들도 알 수 있게 기사를 왜 제공하냐?’ 등 비판을 많이 받았었다. 하지만 교회 문제가 워낙에 빗발쳐서 그런지 근래에는 덜해지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교회문제를 얘기하는 이들이 일부였는데, 이제는 ‘교회개혁이 중요한 이슈라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 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이들은 ‘교회가 이미 다 썩었는데 이거 하나 바꾼다고 달라지겠냐? 한국교회가 제대로 바닥을 쳐야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회를 끊임없이 보수하고 재건하고, 교회 문제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우리는 교회의 문제들을 외면할 수 없어 직면하고, 아픔을 느끼고 있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세우신 뜻을 알고, 교회를 통해 보여주실 정의를 구현해 내기 위해 더 이상 지탄받는 도구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희는 교회 애정이 없다’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아픈 부분이다. 우리도 애정이 있기 때문에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복음주의권 운동단체의 사무국장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성 뿐만 아니라 목회자가 아닌, 실무자 출신이 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복음주의권에도 선례가 없다. 사무국장이 됐다고 했을 때 반응이 이슈가 된 것을 보고 이 자리가 생각보다 크고 무거운 자리라는 것을 느꼈다.

개혁연대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목사’라는 자격이 활용도가 좋음을 알았다. 또 교회 피해자들을 상담하거나, 교계 이슈에 대하여 당사자들과 만나서 합의하려면 같은 목사끼리, 혹은 같은 남자끼리 유대감을 형성하는 경우를 봐왔다. 게다가 내 안에 배어있는 보수성 때문에 사무국장은 ‘목사가 하거나, 남자가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동기들이나 후임들에게서 ‘너희는 교회를 개혁한다고 모인 단체인데, 교회 내에서 발생하는 성평등의 문제나, 여성이 사무국장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금기시하냐?’는 말을 들었을 때는 할 얘기가 없었다. 또한 여성 활동가들과 함께, 남녀 간의 평등한 소통을 이뤄가기 위한 방안들을 계속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터였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고,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이 뭐가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사무국장직을 결정하게 됐다. 이로 인하여, 여성 활동가들이 앞으로 좀 더 주체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운동해 나갈 때 나를 디딤돌과 방패삼아 더 전진해 나아갔으면 한다.



운동가로 걸어 온 길이 8년이다. 지금까지 활동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이 많을 듯하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운동단체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무엇보다 그동안 운동에서 소외받았던 주체들을 양성해 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 운동이 지속성을 가지려고 한다면 다양한 주제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명망가 중심의 구도에서 탈피해야 한다. 대형교회의 목사나 교수라는 권위가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지만 그 것에만 몰입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힘의 우위에서 앞서기 때문에 힘과 권력을 갖지 않는 사람에게 모아줘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조직이 자생하고 자립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려면 현장과 조직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회원들을 독려해서 함께 가자고 설득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함께 가려면 분명한 자기 입장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 개혁연대를 그만두고, 일반 NGO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일을 하면서, 회원중심이 아닌 기업이나 기관의 후원을 기대하며 운동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단체가 세워진 목적대로 나가기 위해서는, 회원을 후원자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운동할 수 있는 주체로 만들어가는 작업도 해야 한다. ‘시간을 내지 못하지만 돈으로라도 후원하겠다’. ‘재정으로는 못 돕지만 시위에는 나서겠다’ 그런 마음을 모아내는 게 운동이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복음주의권 운동단체들은 분명한 위치가 있다. 현장이 있고 교회라는 조직이 있다. 단체들이 분명하게 이슈와 아이템을 만들어내고, 이들을 주체화 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간다면 성장할 것이라 본다.

   
 
개혁연대가 걸어온 길이 어느덧 10년이다. 감회가 새로울 듯하다.

무서운 일인 것 같다. 개혁연대와 내가 구분이 안 되고 있다. 내가 개혁연대인지, 개혁연대가 나인지. 개혁연대의 성장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교회개혁운동은 참 안 되는 사업이다. 그동안 고생도 많이 하고 험한 일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좋다.

처음에는 ‘교회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며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우리가 하는 일이 너무 많이 알려져서 무섭다. 개혁운동이라는 게 사람의 칭송을 받는 것이 아닌 소외당하거나 외롭게 해야 하는 건데, 언론의 주목을 너무 많이 받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한국교회가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한국교회가 그동안 달라진 게 없고, 무너질 대로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개혁연대의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험한 운동에 함께 나서준 사람들이 고맙다. 10년 동안 든든한 동지들이 생겨나고 바로 세워진 교회들이 있어서 기쁘다. 사실 우리 단체의 회원들만큼 열심 있게 참여하는 이들도 없다. 2004년부터 교단총회 참관 활동을 했는데, 매번 높은 참석률을 보이고, 시위현장에 나서 직접 피켓도 든다. 10년 만에 조직이 이렇게 탄탄하고 힘을 가지게 된 것도, 회원들의 이런 마음이 모아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10주년 행사(10월 25일)에 앞서, 주제를 고민하면서 한 책을 봤는데, 그 책에서 초대 기독교인들을 지칭할 때, ‘예수,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란 표현을 쓴 것을 찾았다. 개혁연대 10년의 열매는, 이 길을 함께 갈 수 있는 동지를 만나 것이다. 그 길을 함께 걸었던 것이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



다음 달(11월 1일)에 사무국장으로 첫 출근을 한다고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무엇보다, 교회권력으로부터 소외받는 평신도들, 청년들, 여성들을 운동의 주체들로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싶다.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이 공동체 안에서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리고 여성리더십이 실무책임을 맡았던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담스럽고 어려운 자리임에는 분명하다. 뭔가 주도하거나 1인이 책임을 지는 자리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듣고 대변하면서 공동사역하고 공동 목회하는 모델들을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구체적으로는 목회자의 성(性)문제, 교회내의 성평등과 관련한 일들을 할 계획이다. 교회 성도들이나 목사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프로그램, 워크숍을 개발하고, 성폭력대책에 대한 내규를 만드는 작업 등을 고민 중에 있다. 또한 상담소 운영을 체계화 할 생각이다. 상담의 이슈가 다양해짐에 따라. 상담위원들의 전문성 확보와 양성이 필요한 과제가 됐다. 이를 위해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이들을 만나서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작업을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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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rosslow.com/news/articleView.html?idxno=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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