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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호윤 칼럼] 종교인 납세, 법적 판단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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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12-06-01 14:08 / 조회 2,6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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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납세, 법적 판단 가능하다 
종교인 과세 여부의 판단 근거 (1)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기준인가?


몇 년 동안 잠잠하던 종교인 과세 논란이 한 행정 관료의 발언으로 또다시 교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바람직한 파문일까? 아니면 막아야 하는 것일까?

종교인 과세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사실관계를 먼저 정리해 보자.
1. 종교인도 매월 일정 금액을 수령한다.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금액이 많든 적든, 수령하는 금전의 성격이 사례비이든 생활비이든 급여이든 '수령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2. 종교인도 국가 구성원으로서 국민의 한 사람이다.
3. 종교인도 국민의 납세의무를 반대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이 세 가지 사실에 동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종교인 과세에 대하여 현행 실정법인 세법 차원 판단과 실정법을 초월한 가치판단 차원으로 구분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

종교인의 소득, 소득세 또는 증여세 중 하나에 해당

먼저 설정법 차원에서 적용해 살펴봐야 한다. 누군가로부터 금전을 수령하는 것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성으로 받거나, 대가 없이 무상으로 수령하는 두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한다. 대가성으로 금전을 받았으면 소득으로 간주하여 소득세법에서 정하는 소득세를 납부하여야 하며, 대가성이 아니라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정하는 증여세를 납부하여야 한다. 다만 무상으로 수령한 금전 중 이재 구호금품, 불우 이웃 돕기 금품, 즉 종교인이 수령하는 금전은 종교인이 불우 이웃 돕기 대상으로서 받는 성격이 아니라면 소득세 또는 증여세 두 가지 세목 중 하나에는 반드시 해당한다.

'근로'소득세, '근로자'가 납부하는 세금? 성직자 근로자인가?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와 '근로자'를 서로 다르게 정의한다. '근로'는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하며,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근로기준법 제2조 1항)

소득세법에서 말하는 근로소득세의 과세 대상은 '근로자' 소득이 아니라 '근로' 소득이다. 즉, '근로자'가 수령하는 소득이 과세 대상인 것이 아니라 '근로'를 제공함으로 받는 봉급·급료·세비·임금·상여·수당과 유사한 성질의 급여가 과세 대상이다. (소득세법 제20조 1항) 이러한 관점에서 기업에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사용자'인 대표이사가 회사로부터 받는 봉급은 근로소득이며, 대표이사가 수령하는 월급은 근로자가 아닌 사용자가 수령하는 금전일지라도 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세를 논의하면서 성직자가 근로자이냐 아니냐는 논의는 성직자가 삯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자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함이지 소득세 과세 여부를 판단하는 논점으로서는 의미가 없다.

성직자가 받는 급여가 근로의 대가인가 아닌가?

고민의 관점을 두 가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성직자가 수행하는 역할이 '근로인가 아닌가'라는 판단과 '받는 급여가 대가성인가 아닌가'라는 관점이다.

정신적 또는 육체적 노동이라는 의미로서 근로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달란트를 맡기시면서 일하는 자로 불러 주신 거룩한 소명이다. 성직자이든 아니든 각자가 수행하는 역할은 '근로'로서 거룩한 사역이다. 즉 성직자가 수행하는 역할은 근로에 해당한다.

성직자는 대가성으로 급여·사례비를 받는다는 표현에 거부감을 표시한다. 성직자가 삯꾼 목자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가를 수령하기 때문에 삯꾼일까? 아니면 대가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삯꾼일까?

대가는 누군가의 수고에 고마움을 표현하려고 상대방에게 건네는 감사 표시다. 대가의 존재 여부가 삯꾼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삯꾼은 대가를 수령하기 때문이 아니라 대가를 목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기 때문에 삯꾼이다. 대가를 목적으로 하는지 아닌지는 내면의 의사 결정이므로 외형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때로는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성직자가 삯꾼인지 아닌지는 다른 사람이 판단할 내용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하나님 앞에서 점검할 사항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성직자가 수령하는 금전이 대가성이면 소득세를 부담해야 하며, 대가성이 아니면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수령하는 금전이 수행한 근로의 대가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부담할 세목의 구별에 대한 고민이지 성직자 과세 여부 자체를 판단할 기준으로서의 실익은 없다.

이중과세가 아닌가?

같은 사람에게 귀속되는, 동일한 소득에 대하여 두 번 과세할 때 이를 이중과세라고 한다. 즉 소득의 귀속 주체와 소득의 종류가 같은 경우가 이중과세의 필요조건이다. 교인들의 헌금은 성직자가 아니라 교회에 귀속되고, 성직자가 수령하는 급여는 성직자에게 귀속된다. 소득 귀속주체가 각각 교회와 성직자로 서로 다르고, 소득의 종류도 기부받은 헌금으로서의 출연금과 수령하는 급여로 소득의 종류도 서로 다르다.

성직자가 수령하는 급여가 이중과세에 해당하려면 교인들이 하나님(교회)가 아니라 성직자 개인에게 헌금하는 경우이어야 한다. 교회 재정을 사용할 때, 교회 공동체의 결정이 아니라 성직자 개인이 결정하는 '성직자=교회'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경우만 이중과세에 해당다. 이해를 위한 사례로 부모가 십일조 등 헌금을 공제한 후의 소득으로 자녀들에게 용돈을 주었다면, 자녀들은 이미 십일조 등으로 헌금한 이후의 소득으로 받은 용돈이므로 자녀 입장에서 헌금할 필요가 없는가?

생활비도 받지 못하는 성직자들이 어떻게 세금을 내는가?

세금은 발생한 소득에 비례하여 납부하므로 많이 받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이 내고, 적게 받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게 내거나 전혀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국세청이 발표한 2012년 '근로소득 간이 세액표'에 의하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급여 173만 원까지는 매월 납부할 세금이 없으므로, 소득이 없는 성직자도 반드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위의 논점들을 정리할 때 성직자가 근로자이냐 아니냐는 소득세 과세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성직자가 수령하는 급여가 대가성이라면 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고 대가성이 아니라면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현행 세법상 '규정이 미비하여 성직자가 납세할 근거가 없다'는 표현은 세법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최호윤 /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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