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회, 변화를 위한 진단과 전략을 세우라 (평화나무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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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by 관리자 / 작성일25-04-22 17:29 / 조회 43 / 댓글 0본문
커네핀 프레임워크(Cynefin Framework)
영국 출신의 컨설턴트이자 코그니티브 엣지(Cognitive Edge)와 커네핀(Cynefin)의 창립자인 데이브 스노든(Dave Snowden)은 커네핀 프레임워크(Cynefin Framework)를 통해 조직 컨설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커네핀 프레임워크(Cynefin Framework)는 조직을 모델링하고, 각 모델에 따른 의사결정 구조를 제안한다. 조직이나 회사, 모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적절한 대응이 무엇인지 판단하도록 돕는다. 이 프레임워크를 토대로 교회 개혁과 변화의 지점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 구호만으로 그치는 개혁과 변화가 아니라 실천적 대안을 만드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간략하게 다루지만, 교회 상담과 컨설팅하면서 큰 도움을 받았기에 더 많은 논의를 기대한다.
커네핀 프레임워크(Cynefin Framework)에서 커네핀(Cynefin)은 웨일스어로 ‘거주지’의 의미가 있다. 즉 사람은 민족, 종교, 지리적 요소, 언어와 같은 연결을 두고 있으며, 물리적, 지리적 연결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사회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개념은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서 다양하며, 포용적인 사회를 지향하고 이 가운데 나 자신과 세계의 이해를 발전시킨다. 이 개념은 교회와 공동체를 설명하는 데 용이하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연결하여 교회를 이루고 그 안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구별해 영역적 이해를 돕는다.
커네핀 프레임워크(Cynefin Framework)는 조직모델과 의사결정 구조를 그림과 같이 다섯 개의 영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1. Clear(Simple)의 영역 : 인과관계가 명확하여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이다. 상황은 안정적이고, 조직의 상하 연결과 서로의 연결이 강하게 결속된 영역이다. 리더나 멤버가 서로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이 영역에서는 경험을 토대로 한 지식을 기초하여 범주화(Categorise)하고, 신속하고 빠르게 최선의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범주화(Categorise)한 해결 방식은 경직되기 쉽고, 변하는 환경을 인지하지 못하며, 퇴보하는 상태에 빠져 혼란하게 될 수도 있다.
2. Complicated의 영역 : 인과관계는 알겠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즉 우리가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개선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갑자기 두통이 생겼다면 내 안에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고통을 통해서 알지만 두통을 고치기 위해서는 의사가 필요한 것과 유사하다. 그렇다고 전문가를 맹신하는 것은 새로운 위기를 자초한다. 여러 의사가 서로 다른 해답을 제시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치료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것을 분석 불구화(Analysis paralysis)라고 하는데 서로 다른 해결책에 대하여 리더가 바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혼란에 빠지기 쉽다.
3. Complex의 영역 : 원인과 결과는 시간이 지난 후에 알 수 있으며, 당장은 정답을 확인하기 어렵다. 오늘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 내일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고, 다양한 결과가 나온다. 우리는 이것을 ‘복잡계’라고 부른다.
이 영역에서는 ‘시추, 탐사(Probe)’한 ‘그것’만을 알 수 있으며,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감지(Sense)’의 능력이다. 이를 가지고 전체를 분석하면서 시급히 필요한 대응 방법과 그 수위를 조절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복잡한 위기 상황이 지나면 어떤 대응이 좋았는지, 어떤 것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남는다. 이런 지식을 토대로 시스템을 구성하고 미래에 비슷한 상황에서는 더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4. Chaotic의 영역 : 원인도 결과도 장담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며,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정리가 잘 안되는 상황이다. 예를 든다면, 응급실 상황이다. 사고로 골절, 장기 손상, 뇌의 충격, 등등의 복잡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치료의 패턴이나, 누구의 담당이냐가 중요하지 않다. 일단 ‘출혈’을 막아야 한다. 여기에서는 리더에게 권위와 권한의 적절한 분배도 이루어져야 하며, 질서를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5. Disorder(Confusion)의 영역 : 어느 영역이 적용되어야 하는지 불명확한 상태로서 서로 분쟁하는 과정이다. 여기에서는 구성원이 분쟁을 종료하고 상황에 맞는 다음 영역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내가 속한 교회는 어느 영역에 더 가까운가?
Clear(Simple)의 영역에 속해 있는 안정적인 교회가 있으며, 이런 구조를 지향하는 많은 교회가 있다.
전통을 중요시하고, 수십 년간 이어온 여러 체계가 견고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성도 간의 교제도 깊고, 담임목사와의 관계도 돈독하다. 교회 리더의 주장에 순종과 헌신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교회 사역의 범주화도 잘 갖추어져 있다. 새 가족으로 등록하여 성숙한 성도가 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잘 가지고 있다.
교회구조는 안정적이고, 익숙함이 주는 균형감으로 성도의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변화하는 환경을 인지하지 못하고 세대 간 불균형 가운데 교회 안에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별히 담임목사의 은퇴 시기와 청빙 시에 잠재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한다. 기존의 Categorize를 벗어난 새로운 자극에 당황하기 쉽고, 길을 잃기 십상이다. 꽤 오랜 전통이 있는 교회임에도 한순간 공동체성이 붕괴하여 ‘혼란(Chaotic)’한 영역으로 치닫는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교회는 변화에 적응할 근력을 키우는 일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어떤 교회는 Complicated의 영역에 속해 있다.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취약점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어떤 면이 부족하고, 무엇이 교회에 필요한지를 아는 것이다. 문제는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기보다는 스스로 해보겠다고 나서다가 변화의 시점을 놓치거나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도 한다.
물론 모든 취약점을 언제나 도움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교회가 가진 역량에 자신 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의외로 교회는 자신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기도의 능력을 맹신한다. 이 말은 개 교회가 무능력하고, 기도의 힘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공동체의 약점에 대해서는 말하기 쉽고, 해결 방안도 쉽게 보인다. 하지만 공동체의 약점이 속해 있는 성도 자신의 약점이라는 것까지 인정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교회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은 문제가 없는 것 같이 행동한다면 교회의 의사소통은 막히고 만다. 그렇기에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 개선점을 확인하고, 변화할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서로 다른 해법을 가진 전문가의 의견을 모두 듣는 것이 도리어 교회를 갈등에 빠지게도 한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에 대한 신뢰의 문제, 리더나 성도가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해 줄 만한 전문가만을 신뢰하려는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다양한 지점이 있다.
어떤 교회는 응급의 Chaotic 상황이기도 하며, 분쟁의 소용돌이에 있는 Disorder(Confusion)의 영역에 속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어떤 응급조치를 받아야 하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출혈을 막고, 상처를 회복하기 위하여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분쟁을 종료하고, 교회의 긴급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도움 받아야 한다. 무조건 스스로 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오만에 가깝다. 이 영역에 속한 교회가 과도한 자율성을 추구할 때 도리어 빠르게 분해 되는 과정을 겪기도 한다. 리더의 권위와 권한에 대한 적절한 관리와 통제가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교회는 Complex의 영역에 있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인과관계가 단순하지 않다. 원인은 결과를 낳고, 결과는 또 다른 일의 원인이 되고, 이어진 결과는 다시 어떤 일의 원인이 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교회를 떠났다고 가정해 보자. 떠나면서 이야기하는 떠남의 이유가 과연 전부일까.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한 가지 원인만으로 교회를 떠나는 일은 거의 없다. 쌓인 감정의 어긋남과 불만이 잠복기를 거쳐 터져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떠남이 새로운 문제로 이어진다. 교회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주장, 목사의 목양 능력에 대한 의심, 성도의 친밀함 부재 등의 새로운 갈등으로 이동한다.
Complex의 영역에서는 좋은 결과를 보인 어제의 교회 제도와 목회 방향이 오늘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오판에 가깝고, 어제의 것이 내일도 유효한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게으름에 가깝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와 환경 가운데에서 자신의 교회를 범주화(Categorise)하려고 하고, 안정적인 구조를 선호한다면 외부적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단선적이지 않은 교회의 문제나 갈등이 피상적인 해결책으로 봉합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후 일어나는 예상치 못한 갈등에 쩔쩔매게 될 것이다.
교회 문제를 단선적으로 생각하니 하나를 해결했다고 할 때 다른 쪽에서 문제가 생기고, 이것을 해결하는 가운데 저것이 터져 나온다. 저것을 급히 대처하느라 정신없을 때 다시 이것이 흔들린다. 결국엔 해결과 변화가 아니라 터지는 일에 급히 대처하느라 소진하고 만다. 드러난 사건이나 문제 뒤에 자리 잡은 보이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원인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 다양한 원인과 결과의 고리를 이해하며 어느 지점에 어떤 임팩트를 주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로써 교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바르게 바라보고 Sense-making 할 수 있어야 한다.
각 단계와 영역에서 의사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교회 문제를 해결하고 개혁하는 가운데 불확실성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줄여 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교회 변화, 전략이 필요하다.
교회 현장에서 발생하고, 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생각해 보면, 영역적 구분을 하는 것이 더 복잡한 일로 보일 수 있다. 명확한 영역에 넣어 프로세스를 가동하면 교회가 변화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생각은 요행에 가까울 것이다. 교회 현장을 경계 세우고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은 단지 뇌피셜에 가깝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의사결정 구조와 시스템을 고민하는 것은 ‘지식을 토대로 한 의사결정 구조’를 모색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한 경험은 시간을 아끼고 변화와 개혁에 적절한 대응을 모색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의 주관이나 누군가 전해주는 하나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일으키려는 노력이 아니라 교회 스스로 생각하고, 길을 모색하는 과정을 통해 교회 변화를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나의 길을 안내해 본다. 이로써 어떤 교회가 도움을 받게 된다면 감사와 의미가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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